시작은 <집안의 식물 건강 검진>이다.
발단
식물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도, 매년 2~3개씩 사서 모은 식물이 이제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식물의 이름을 잊은 경우도 있으며, 각각의 식물이 원하는 바가 다를텐데 이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수요일과 일요일에 물을 주는 무식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마치 급식 시간처럼 물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클에 잘 걸쳐서 살아남으면 우리집에서 함께 생존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키우기 힘든 식물이었네.'하면서 보내주었는데, 올해 식물을 바르게 심고, 키우고, 분갈이해주는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바가 컸다.
얼마나 원초적인 방법으로 키운 것인지 반성하며, 오늘은 우리 집의 식물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검진의 준비 및 특성
준비물 :
1) 인터넷
2) 메모할 종이 혹은 기록할만한 블로그
3) 카메라
4) 이미 키우던 식물
특성 :
1) 장기간 소요 : 놀이의 시작과 끝은 최소 1주일을 잡아야 한다.
2) 몰입 핵심 요소 : 치료가 성공여부는 핵심이 아니다. 자세히 살피고 기다리며, 작고 큰 변화를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3) 혼자 혹은 여럿이 :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고, 가족들과 함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
방법 :
1) 카메라를 들고 우리 집 식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상태를 살핀다. 푸르고 윤기가 나거나 갈라지지 않은 것도 살피고, 중간에 색이 노랗게 변하거나 잎이 마르고 갈라지는 식물들을 찾는다.
* 건강한 식물도 기억해두자. 나중에 병색이 완연할 때 비교할 자료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건강검진이다. 아픈 곳만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2) 검진 결과가 안 좋은 식물의 이름과 기초 특성을 찾아보고 내가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파악해본다. 그리고 두드러지는 증상의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3) 해결방법이 다양하다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해결방법부터 적용한다.
4) 증상에 따라 1주일 정도 변화를 지켜보며 천천히 기다린다.
5) 식물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큰 변화가 한편으로는 서서히 나타남을 감상한다.
일상의 순간에서 가장 가까운 것을 관찰하고 변화를 기록하기가 핵심이다.
이 놀이에 도움이 된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올해 들었던 다양한 식물 수업이지만, 가장 동력이 된 것은 우리 집 포인세티아다.
미안하게도 선물을 받은 포인세티아는 집에 올 당시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색 잎을 지닌 상태였다. 겨울이 지나고 빨간색 잎이 다 떨어진 뒤 초록잎만 남아버린 이 포인세티아를 우리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빨간색 잎이 없어졌고 구입한 적도 없는 식물이 있으니 이름도 모르겠고 점점 상태는 나빠져갔는 데, 하루는 집을 방문한 동생이 죽어가는 식물을 보고 '분갈이를 해줘야하겠네.'라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거 이름이 뭐지?"
사진 검색으로 이름을 찾고나서야 선물했던 이와 빨갛게 건강했던 포인세티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생이 돌아가고 분갈이를 한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른 식물인 것처럼 줄기가 꼿꼿하고 밝은 연두색 잎이 활짝 펴진 것이다.
단지 분갈이만으로도 이렇게 변하다니. 식물이 말을 할 수 없으니 몰랐을 뿐이지 어쩌면 아주 필요했던 순간을 우연하게 맞춘지도 몰랐다.
식물 건강검진을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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